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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경기마라톤 풀코스 공략

디시인사이드
대회 후기가 공지에 올라왔길래 저도 블로그에 올렸던 경기마라톤 후기 올려봅니다.
약 5-6주 남은 것 같으니 대회 전에 한 번 참고해보세용
1. 나는 왜 풀코스를 뛰게 되었는가?
24년 10월, 춘천마라톤 풀코스 피니시 구간을 구경하게 됐다.
막판 스퍼트를 하는 분, 절뚝이며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기는 아저씨, 힘들어서 휘청대다 펜스에 부딪히는 사람, 걷다시피 들어오는 누님, 칠순이 넘은 아버님도 있었다.
20대부터 80대까지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42.195km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있었다.
나는 춘천역까지 걸어가며 골인 지점부터 41km지점까지 마지막 1km 구간을 달리는 러너들을 계속 지켜봤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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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춘마에는 저세상 고인물 형누님들의 잔치였다. 당시 나는 고작 서른둘인데 10km도 버거웠다.
어찌저찌 달리기에 취미를 붙여 달리기를 계속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서울동아마라톤이 가장 기록 세우기 좋은 메이저 마라톤이니 꼭 출전을 해야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었다. 문제는 ’26년 대회부터는 풀코스 기록 보유자만 접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그때가 ’25년 1월이었다. ’26년 동마 접수는 ’25년 6월. 계산해보니 결론은 간단했다.
6개월 안에 풀코스를 한 번 뛰어서 기록증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급하게 상반기 풀코스 대회를 찾아봤다.
그런데 당시 접수가 가능한 대회가 사실상 경기마라톤 하나뿐이었다.
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경기마라톤을 신청했다.
2. 경기마라톤은 어떤 대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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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마라톤은 수원/화성시 도로 인프라를 자랑하는 느낌이다.
풀코스 주자는 지하차도, 고가도로, 터널 등 업힐 13곳을 넘어야 한다
그렇게 접수하게 된 경기마라톤은 4월 중순~말경 수원과 화성 일대에서 진행하는 도로통제 대회다. 수도권에 몇 없는 도로 통제 대회로 상당히 메리트가 있으며, ‘25년 개최 24회를 맞이하는 역사가 깊은 대회이기도 하다. 그만큼 도로통제를 포함한 대회 운영이 상당히 깔끔하다.
수도권에서 달릴 수 있는 풀코스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이런 전체 도로통제 대회는 한 손에 꼽는다.
1. 서울동아마라톤, 2. JTBC서울마라톤, 3. 인천마라톤, 그리고 4. 경기마라톤이다.
다만 4월에 진행하는 만큼 날씨가 덥고 수많은 지하차도와 고가도로, 터널이 러너들의 발목을 세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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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근 형이 뜯어 말릴 때 그만했어야 했다
3. 경기마라톤 완주를 위한 준비
그렇게 나는 선신청 후훈련 모드에 들어갔다. 이미 질러버렸으니 최대한 잘 뛰고 싶었다.
그래서 장거리 훈련을 최대한 진행하며 몇 분 정도에 들어갈 수 있을지 감을 잡아보기로 했다.
아무리 10km/하프 마라톤 기록이 출중하더라도 30km의 장거리 훈련 없이는 걷지 않고 완주하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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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 형도 경기마라톤 뛰어본게 틀림 없다.
그래서 나는 당시 10k 42분 기록을 기반으로 삼아, 경기마라톤 당일까지 약 4번의 장거리 훈련을 이어갔다. 훈련 계획은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
기록
24.12.14. 시즌마감마라톤 10km 42:44
25.02.16. 동계국제마라톤 하프 1:33:07
장거리 훈련 내역
25.01.16. / 거리 30.1km / 평페 6:11 / 첫 장거리로 27km 부터 다리 굳음
25.01.24. / 거리 30.1km / 평페 5:35 / 0-20km 6:10 – 5:30 빌드업; 20-30km 5:00 유지
25.03.09. / 거리 33.0km / 평페 5:35 / 5:40 – 5:20 유지
25.03.23. / 거리 29.1km / 평페 5:06 / 0 – 13km 5:10 – 5:20 유지; 14-25km 4:50 – 5:00 유지; 25 – 29km 4:30 – 4:40 유지
월간 마일리지
24.09 – 60km – 러닝 시작
24.10 – 111km
24.11 – 181km
24.12 – 156km
25.01 – 263km
25.02 – 168km – 신스프린트/오금 부상
25.03 – 305km
——————
여러 유튜브 채널과 책을 섭렵하며 훈련 계획을 짰다. 그치만..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내가 뭘 알 턱이 없었다. 훈련 계획도 계획이지만 실행 자체도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25년 3월 중순 마스터즈 레전드 정모 감독님이 운영하는 클래스에 가입하였다.
다만 너무 늦게 가입한게 문제였다. 킵초게의 할아버지가 와도 내 기량을 1달만에 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클래스를 통해서는 하반기 대회 준비를 하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경기마라톤은 될 대로 되라지 마인드로 참가하게 되었다. 목표는 코치님 말씀대로 대충 330 정도로 잡았다.
3. 경기마라톤 결전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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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무식한 놈이 용감한거랬다
경기마라톤 당일 날씨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구름이 많았고, 날도 시원했다. 11시 이후로 조금 더워진다는 얘기는 있었다.
7시 15분쯤 화홍문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슬슬 수원종합운동장까지 걸어갔다. 7시 30분 수원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완전 메이저 마라톤이 아니니만큼 생각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음에도 화장실 줄은 상당히 길었다. 나는 오는 길에 있던 영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볼 일을 해결해서 마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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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은 화홍문공영주차장, 영화동 공영주차장에 대면 수월하다.
나는 화홍문에 대고 영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화장실을 해결했다.
수원종합운동장 구석에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뉴발란스 싱글렛과 데카트론 하프타이즈, 락브로스 고글과 나이키 선캡, 내 생에 최초 카본화인 알파플라이3를 착용했다. 물집과 쓸림 방지를 위해 여기저기 바셀린을 발라주고, 발바닥엔 테이핑을 해줬다. (같은 해 2월 알파3 신고 하프마라톤을 뛰다 물집이 잡혀 15km부터 울면서 뛴 경험이 있어 특히 신경썼다.)
애플워치 울트라와 엔업 에너지젤, 포도당캔디까지 챙겨들고 짐을 맡겼다. 슬슬 몸을 풀다 시작 15분 전 스타트라인 뒤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8시반 총성과 함께 출발했다.
4. 경기마라톤 코스 구간별 주요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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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업힐은 초록색으로 표시해두었다. 빨간색 구간은 정말 힘들었던 업힐이다
1 – 5km
첫 5km는 비교적 수월하다.
제 1반환점 쪽이 약한 업힐이긴 하나, 기억에 남는 정도는 아니다. 가볍게 넘어갈 수 있겠다.
나는 3:30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갔고, 첫 5km는 딱 25분에 통과했다.
5 – 10km
근로복지관삼거리 우회전 한 시점부터 약 1km 업힐이다.
언덕에서 페이스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케이던스를 높여 짧게 짧게 올라가면 된다.
성대역에서 좌회전하면 고가도로를 따라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가게 된다.
15- 20km
화산터널까지 이어지는 긴 업힐이 멀리서부터 보이는데 가슴이 턱 막힌다.
여기서부터 날이 좀 더워졌다. 화산터널 안은 그나마 시원하니 다행.
화산터널이 끝나면 화산지하차도가 나타남과 동시에 다운힐로 내려갔다가 업힐로 나오게 된다.
같이 뛰던 주변 러너들이 이 시점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극도로 힘들어하시는 분이 있길래 화산터널 앞에서 포도당 사탕을 건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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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km 정도 되는 지점에서 화산터널 방향 업힐을 바라본 모습.
별 거 아니어 보이지만 달리다가 보면 저걸 어떻게 극복하지.. 싶다.
20 – 25km
융건릉 쪽을 돌아나가면서 효행로에 진입한다.
효행로는 구불구불한 국도인데, 여기저기 포트홀이 있고 도로가 배수로 쪽으로 약하게 경사져있다. 발목이 불편할 수 있다.
약한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그렇게 기억에 남는 수준은 아니었다.
25 – 30km
효행로에서 오목천로로 꺾어져서, 다시 서부로로 진입하게 된다.
14km 때 지나갔던 고색지하차도를 다시 만나니 은근 반갑다. 지하차도는 다운힐/업힐이지만 더울 때는 시원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지점부터 걷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 장거리를 안하신 듯 하다.
난 30km에서 힘이 남길래 3:30 그룹을 이탈하여 4:50 정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30 – 35km
출발할 때는 성대 앞 고가도로를 통해 내려왔지만, 돌아갈 때는 고가도로가 아닌 옆길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성대 옆 고개는 멀리서 보면 절벽 같이 보이는 업힐이다. 초면인 사람들과 함께 쌍욕을 내뱉을 수 있는 구간이다.
여기서도 많이들 걷는다. 성대 업힐을 극복하고 나면 길게 이어진 내리막을 따라 뛰게 된다. 그러니 그냥 버티자.
임바 형한테는 묘미겠지만 나한테는 지옥이었다.
35 – 40km
덕영대로를 따라 뛰다 약 36km 지점에서 반환하게 된다.
덕영대로를 따라서 남하하다보면 건너편에서 반환하고 오는 러너들을 볼 수 있다. 앞에 반환점이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데, 아무리 가도 반환점이 나오지 않아 멘탈이 흔들리게 된다.
반환지점은 화서지하차도의 상단 언덕을 넘어갔다가 다시 유턴해서 돌아 넘어오는 구간이다. 여기 언덕이 3차 고비다. 성대 앞 오르막에서 걷는 사람이 우수수 쏟아지는데, 그 고비를 넘긴 사람 중 절 반 정도는 여기서부터 걷거나 퍼진다.
이 구간을 지나고 나면 골인 지점까지는 약하긴 하지만 계속 오르막이다. 레이스 후반부이기에 미미한 수준의 업힐도 크게 다가온다.
나는 덕영대로 내리막에서 신나게 4:40으로 쏘다가 이 언덕을 만나고서부터 급격하게 퍼졌다. 글리코겐도 떨어지고 신경계도 맛이 간 느낌이랄까. 37km 부터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페이스는 떨어지고, 심박은 치솟고, 날은 덥고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 만근이다. 걷게 되면 다시 뛸 수 없을 것을 너무 잘 알아서 7:00으로라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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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포지티브 스플릿 ^^
40km – 골인
왔던 길을 돌아가는 길이고,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는 구간이다. 아주 미세한 오르막이다. 그냥 마지막 2km라 힘든 구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시점부터 슬슬 응원하시는 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화이팅도 외쳐주시고, 내 이름도 불러주시는데, 안타깝게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땅만 보고 뛰었다. 여기서는 1km 가 10km 처럼 길게 느껴진다.
수원종합운동장 앞에 다다랐을 때 해병대 복장을 하신 형님께서 화이팅을 외쳐주시며 길 안내를 해주셨는데 인상 깊었다. 
5. 레이스 이후
결국 나는 목표했던 3:30보다 5분 늦은 3:35:02로 골인 했다. 메이저 대회가 아니라 그런지 3:35라는 기록이 늦은 기록이 아님에도 수원종합운동장은 휑했다. 골인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사진 찍기엔 쾌적했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 썰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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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경기마라톤 리벤지를 꿈 꾸며 다시 한번 신청했다. 지금 이걸 쓰다보니까 상당히 후회스럽긴 한데, 환불기간은 지난 것 같으니 열심히 뛰어보겠다.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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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 : 37:44 (25.11.30 안양천단풍길마라톤)
Half : 1:24:34 (25.11.23 YTN서울투어마라톤)
Full : 3:15:50 (25.10.26 춘천마라톤)

출처: 러닝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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