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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현수막 ‘혐오 조장’에 시민들도 맞불

디패스트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학교 앞과 통학로를 포함한 서울 시내 일대에 “동성애 교육 추방”, “동성애 교육 다음은 퀴어축제 체험학습입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자 시민들이 직접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수막 신고부터 ‘댓글 현수막’ 게시까지, 혐오 표현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자발적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로의 존재를 배우는 책모임 ‘우리사이’는 지난 27일부터 조 후보 현수막 인근에 “퀴어는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교육에 필요한 것은 차별과 혐오의 추방” 등의 문구가 담긴 ‘댓글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위치 제보와 후원을 받아 망원역, 합정역, 마곡나루역, 서울시교육청 고척도서관 앞 등 총 23곳에 현수막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등 시민사회는 안전신문고 어플을 통해 불법 광고물 민원을 넣는 ‘성소수자 혐오선동 현수막 민원 액션’도 진행 중이다.

출근길 중학교 앞 현수막을 보고 민원 신고에 참여했다는 김채현씨(26)는 “처음엔 무심코 읽다가 깜짝 놀랐다”며 “아이들이 매일 등하교하는 학교 바로 앞에 그런 문구가 걸려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성소수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사람은 아니었다”면서도 “민원 한 통이라도 모이면 여론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문제라고 느끼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혐오가 일상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 행동을 처음 제안한 띵동의 정민석 이사장은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성소수자 당사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서도 ‘너무 불쾌하다’,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이 없겠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시민들이 먼저 해결 방법과 신고 방식을 찾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 학교 앞 현수막으로 혐오 표현이 등장한 데 대해 시민들이 강한 문제의식을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순부 무지개행동 사무국장은 “성소수자 학생들은 혐오 발언이나 괴롭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교육 책임자를 자처하는 후보자들이 혐오가 괜찮다고 승인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조 후보 측은 지난 26일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검증 없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교육 콘텐츠가 우려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에도 차별금지법 반대나 중국인 등 특정 소수자 집단을 겨냥한 현수막들에 대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옥외광고물법 금지광고물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철거 등 조치를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해당 현수막의 혐오 표현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비방이나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선관위가 위법 여부를 판단하거나 별도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라며 “혐오인지 아닌지는 현행 선거법이 규율하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는 법에 따라 게시 위치나 허위사실·비방 여부 등을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행 법 체계에서는 해당 현수막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나 혐오 표현을 규율하는 상위법이 없는 상황에서 옥외광고물법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사람을 특정하지 않은 집단 대상 표현은 현행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적용도 쉽지 않다”며 “결국 대화와 설득 등 대응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내면화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지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현행 가이드라인상으로도 심의 절차를 거쳐 행정청이 철거 조치를 검토할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절차가 늦어지는 사이 선거가 끝나버리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이라며 “시민들은 행정청에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행정 권한을 행사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이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혐오·차별 표현이 표현의 자유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법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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