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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공소 취소’ 역풍에 요동치는 지선

디패스트

여론의 거센 반발에 與 속도 조절…격전지서 감지된 이상기류
“민주당의 전략적 패착”…흔들리는 중도, 깨어나는 샤이 보수
‘거여 독주 막자’ 野 총공세…막판 ‘보수 결집’ 최대 변수로

“국민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과 외연 확장성을 지지하는 것이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까지 옹호하고 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 1당인 국민의힘이 계속 지리멸렬한 만큼 불가피한 대안으로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야권을 향했던 역풍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6·3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민주당 인사)

이 대통령에 대한 ‘충정’일까,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신’일까. 정청래호 민주당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제거에 속도를 올리다 자충수에 빠진 모양새다.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권한까지 담은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을 전면에 띄웠다가 여론 역풍에 부닥쳐 지방선거 이후 추진하기로 방향을 틀면서다. 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아킬레스건을 스스로 노출하며 당초 여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판세가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입장에선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 세 가지 악재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공을 들여 험지에서 격전지로 바꾼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영남권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이어 산토끼인 중도층과 무당층이 돌아설 명분을 제공했고, 야권이 밀고 있는 ‘거대 여당 독주 견제’ 프레임까지 자극해 보수 지지층 결집 가능성을 키웠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내부 분열로 흩어졌던 전열을 정비하는 계기를 잡았다. 여권이 스스로 내준 먹잇감 이슈를 야권이 확대 재생산하며 ‘정권 심판’ 구도를 복원하는 흐름이다.

4월30일 민주당이 전격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대장동·쌍방울 대북송금 등 이 대통령 관련 주요 사건들을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공소 취소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논란을 자초했다.

전례 없는 공소 취소권 부여에 야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삼권분립의 원칙과 사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비토가 쏟아졌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그간 진행된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검찰의 조작수사와 기소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특검법 발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자충수 된 與의 李 ‘사법 리스크 제거’ 속도전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데, 굳이 선거 직전 큰 부담을 감수하고 특검법을 띄운 속내는 무엇일까.

핵심은 여론조사 우위와 야당의 무기력함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는 해석이 많다. 민주당은 한국갤럽·NBS(전국지표조사)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 번도 국민의힘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는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NBS 4월 4주 차 조사에선 정당사 최저치인 15%를 기록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차기 당권을 둘러싼 ‘동상이몽’ 기류도 감지됐다. 정청래 대표와 강경파 인사들이 지방선거 직후 열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심(당원 표심)을 포섭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검찰 개혁 선봉장 역할을 맡았던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시장 후보 등이 지방선거 경선에서 연이어 승리하면서 당내 강경파의 영향력과 지지 기반이 견고하다는 점이 재확인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특검 강행은 지선 이후 당내 권력 구도에서 유리한 고점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서 문제는 타이밍이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펼친 강공 드라이브 전략이 여론 역풍을 부르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5월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7%포인트(p) 하락한 48.6%를 기록했고, 중도층 지지율은 전주 대비 4.8%p 내린 49.9%를 기록했다. 5월7일 발표된 NBS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2%p 하락한 46%를 기록했고, 반대로 국민의힘은 3%p 오른 18%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밖의 압도적 격차지만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특검법 강행에 대한 비토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당연히 해야 할 일(윤석열 정권 검찰 조작기소 진상 규명)은 해야 하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며 “강성파 인사들이 성급하게 (특검 추진을) 밀어붙이면서 타이밍이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영남권 선거를 지원하고 있는 권칠승·임미애 의원 등의 공개 반발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특검법 추진에 대한 구체적 시기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왔다.

결국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 특검법 추진에 급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5월4일 “특검법을 무리해 추진할 필요 없이 법안의 숙려 기간이 경과된 후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는 입장을 자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서영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역시 이를 수용해 특검법안을 지방선거 전까지 법사위 전체회의 및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법사위 핵심 관계자도 “법사위에서도 무리해 추진하지 않기로 정리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6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에 재선출된 직후 “특검을 통한 진실 규명과 사법 정의 회복은 민주당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특검법 처리 시기와 절차, 내용과 관련해선 지방선거 이후 국민과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절차를 충분히 거쳐 판단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른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선거 이후 특검법에 대한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진행하면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앙당이 다 된 밥에 재 뿌리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민주당의 전략적 패착을 집약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대통령 사법 리스크’ 이슈가 선거 직전 다시 전면에 부각됐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여론 흐름을 보면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여권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들을 보면, 지난해 11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있었던 11월 2주 차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59%)은 전주 대비 4%p 하락했다. 또 올해 3월 불거진 정부와 검찰 간 ‘공소 취소 거래설’ 국면에선 민주당의 3월 3주 차 지지율(46%)이 전주 대비 1%p 떨어진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

“정청래 대표는 소백산맥(영남)을 넘지 말아달라. 지원 유세를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처럼 당장 이번 국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영남권 격전지 선거 현장이다.

민주당이 탈환을 위해 공들여온 PK는 물론, ‘김부겸 돌풍’으로 사상 첫 민주당 출신 시장 탄생 가능성이 거론됐던 대구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접전 구도로 바뀌며 흔들리고 있다.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을 계기로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면서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선거를 돕고 있는 한 민주당 인사는 “정 대표와 중앙당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반했다.

중도층과 무당층 역시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의 비중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안은 이들에게 ‘민주당 견제’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많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도 4월28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당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겸손이고, 해선 안 되는 것은 자만과 방심이다. 대구 선거는 지지층 결집만으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은 물론 평소 민주당을 반대했던 시민들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을 향해 “표현 하나도 매우 절제해야 한다”며 “대구 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당론을 조심스럽게 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보 지지층 내부적으로도 당·청이 엇박자를 노출시키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좌충우돌 튀고 있는 여당을 안정적으로 교통정리하지 못하는 모습이 부각됐고, 정 대표 역시 불필요한 리스크를 키우며 연임 가도에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당 내부에서도 메시지 통일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선이 확대됐다. 결국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여권의 숙원 과제인 검찰 개혁 동력마저 분산되는 양상이다.

당·정·청(당·정부·청와대) 정무라인 전반의 판단력과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권력 핵심부에서 쓴소리를 하는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이른바 ‘레드팀’ 기능이 부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청 간 조율이 당연히 안 됐다고 본다.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 부각을 청와대에서 환영하겠나”라며 “당이 또 섣부르게 추진하다 역풍을 자초할 뻔했다. 정청래 지도부는 앞으로 방향성을 놓고 거듭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청 간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된다면 향후 유사한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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