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스토킹 살인, 전자발찌·스마트워치 다 있었는데 왜 또
한국, 가해자 구금 소극적…영국·미국은 격리 강화

경기 남양주에서 스토킹 보호 대상인 20대 여성이 대낮 길거리에서 남성의 흉기 공격으로 숨졌다. 피해자는 위급 상황에서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눌러 112에 신고했지만, 목숨을 잃었다. 가해자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라 법무부의 감시 아래 있었지만, 살인을 막지 못했다. 이에 스토킹 범죄 보호 장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기북부경찰청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날 아침 8시58분께 남양주시 오남읍 한 도로에서 40대 남성 ㄱ씨가 20대 여성 ㄴ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피해자는 범행 2분 전 스마트워치를 눌러 긴급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오전 10시8분께 양평군 양서면에서 ㄱ씨를 검거했다. ㄱ씨는 약물을 복용해 의식을 잃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조사에 진척이 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함께 살았던 사실혼 관계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지난해 5월11일 가정폭력 신고 이후 스마트워치 지급과 맞춤형 순찰 등 보호 조치를 받았지만 같은 해 7월 종료됐다.
이후 올해 1월22일 경찰서를 찾아 재상담을 하며 스마트워치를 다시 지급받았고 같은 달 28일 차량에서 ㄱ씨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가 발견됐다며 신고했다.
피해자는 지난 2월 ㄱ씨를 스토킹과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연락·접근 금지 등의 잠정조치 1~3호를 결정했다. 경찰은 이후 구속영장 신청과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가둬 두는 ‘잠정조치 4호’ 적용 여부를 검토해 왔다.
이를 두고 스마트워치 등 장비 중심 보호 체계만으로는 범행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경찰은 스토킹 폭력 피해자에게 위급 상황에서 신고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한다. 버튼을 누르면 112상황실로 신고가 접수되고 위치 정보가 전달돼 경찰이 출동한다.
하지만 범행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이 없어 사실상 공격이 시작되면 신고 이후 대응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쉽지 않다.
가해자 ㄱ씨는 과거 강간상해 사건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보호관찰 대상자였지만 이는 이번 사건과는 별개다.
전자발찌는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피해자 스마트워치는 경찰이 각각 관리해 두 장치가 연동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더라도 전자발찌에서 자동 경보가 울리는 구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이 보호 조처가 작동하지 못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1년 11월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스토킹 피해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 김병찬에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접근금지 조치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고 사건 당시에도 구조 신고를 보냈지만 위치 정보 오류로 경찰이 현장을 특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사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도 장비 중심 대응의 한계를 지적한다. 오윤성 교수(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는 “스마트워치는 예측 기능이 없고 사건 발생 뒤 알림을 보내는 장치일 뿐”이라며 “스토킹 폭력은 반복적 접근과 위협 신호가 나타나는 범죄여서 가해자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해자 관리와 대응을 맡는 현장 인력 확충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가해자를 최대한 격리하는 국외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선 스토킹이 최대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우리나라의 긴급응급조치와 비슷한 ‘임시보호명령’, 잠정조치와 비슷한 ‘정식보호명령’도 있다.
미국은 공간 분리가 철저하다. 한국은 ‘피해자 100m 이내 접근 금지’ 명령인 반면 미국은 피해자가 주로 이용하는 장소나 건물에 가해자 출입 자체를 금지시킬 수 있다.
이웅혁 교수(건국대 경찰학과)는 “스토킹 범죄를 스마트워치나 전자발찌 같은 장치로 대응하려는 발상 자체가 본질과 맞지 않는다”며 “잠정조치 4호처럼 가해자를 바로 유치·구금하는 조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신 구속에 준한다는 이유로 검찰이나 법원이 승인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형사사법기관의 대응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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