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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만 골라 코앞서 “악!”…확산하는 10대 ‘괴성 공격’

디패스트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좁은 언덕길을 오르던 박내현(49)씨는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교복 입은 남학생 2명의 행동에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좁은 길에서 몸을 틀어 비켜주려던 순간 한 학생이 얼굴을 들이밀고 “악”소리를 지른 후 큰 소리로 웃으며 달아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15일 한겨레에 “너무 놀라 집까지 걸어가지 못하고 택시를 탔는데, 긴장이 풀려 눈물이 났다”고 돌이켰다.

신고는 쉽지 않았다. 박씨는 사건 당일과 다음날 파출소에 전화를 걸고 찾아갔지만 “이런 일로는 사건 접수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출소에서 접수를 거부해 경찰서로 갔지만, 돌아온 첫 마디는 “그게 다냐”였다. 괴성을 지른 것 외에 추가 행위가 없었다면 경찰이 수사할 사안이 안 된다는 뜻이었다. “다음날도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충격과 위협을 느꼈다”는 박씨는 사건이 있은지 3일 만에 겨우 진정서를 경찰에 접수할 수 있었다.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 입장도 알지만, 박씨는 “나중에 들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지인들이 많아 그냥 두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근 중년·노년 여성을 상대로 코앞에서 괴성을 지르고 조롱하며 달아나는 10대들의 ‘공격 행위’가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 여성을 타깃으로 교묘하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방치하면, 혐오범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해자는 박씨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8일 저녁, 서울의 한 거리를 걷던 김미정(가명·50대)씨도 전동 킥보드를 탄 남학생 2명에게 같은 공격을 당했다. 이들은 킥보드를 탄 채, 김씨를 향해 “악”하고 소리를 지르고 도망갔다. 깜짝 놀란 김씨가 가슴을 부여잡고 “거기 서”라고 외치자, 남학생들은 다시 다가와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밀고 괴성을 질렀다고 한다. 김씨는 “지인이 비슷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괴성 소리를 들었다고 해 바로 112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신고 과정도 험난했다. 파출소 2곳에 연락했지만 ‘다음에 또 그런 일 당하면 신고해라’, ‘이건 경범죄라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보여줄 수도 없다’ 등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김씨는 “임신부나 노인이 이런 피해를 당하면 놀라서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까지 나선 것이다.

신체 접촉이 없었지만, 이들이 겪은 일은 ‘폭행죄’에 해당한다. 형법상 폭행죄는 ‘신체 접촉’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고통을 주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2020년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의 얼굴과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 걸지 말라”고 고성을 질러 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하며 “신체의 청각기관을 직접 자극하는 음향도 경우에 따라 유형력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박씨와 김씨에게 ‘괴성 폭력’을 저지른 학생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에 “10대 피의자들을 입건해 폭행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물리적 대응력이 약한 중장년 여성을 조롱거리로 삼아 우월감을 과시하고 영웅 심리를 채우는 여성혐오범죄로 보인다”며 “여성혐오의 범위를 확장해 무엇이 범죄가 되는지 등을 명확히 짚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혐오범죄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이경하 변호사(이경하법률사무소)는 “유엔(UN)에선 주로 여성을 타깃으로 연쇄적인 공격을 했을 경우 여성 증오범죄로 정의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청각기관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였다면 폭행에 해당한다. 경찰이 임의로 피해자들을 돌려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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