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김건희 덕 본다…’구사일생’

김건희 여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일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같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제공을 둘러싼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소사실의 핵심 구조와 주요 인물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법원의 이번 판단이 오 시장 재판에 유리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불리한 국면에 놓여 있던 오 시장에게는 이번 판결이 재판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구사일생’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30일 서울시와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김 여사 사건에서 판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1월 22일부터 같은 해 2월 28일까지 명 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현금 3,300만 원을 사업가 김한정 씨가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김 여사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 씨로부터 약 2억 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해당 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김 여사 사건 재판부는 여론조사와 관련해 계약 체결이나 지시, 관여 사실이 없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미래한국연구소, 피플네트웍스 사이에 여론조사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라며 “명 씨는 여의도연구원과는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피고인 부부와는 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여론조사 설계와 실시, 결과 공표와 배포 과정에서 김 여사의 개입 정황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별개의 사건이지만 오 시장의 사건에도 이 같은 판단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 오 시장 역시 “명 씨나 미래한국연구소, 피플네트웍스와 여론조사 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으며 증거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 시장 측은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을 요구받거나 비용 대납을 지시한 사실도 없다”라며 “여론조사 전후의 실시 여부와 설문 설계, 결과 활용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 사건 재판부가 명 씨의 진술 신빙성을 낮게 본 점도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으로 거론된다. 재판부는 명 씨에 대해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며 여론조사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김 여사에게만 단독 제공된 여론조사가 3차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오 시장 사건에서도 특검이 공소사실로 적시한 10차례 여론조사 가운데 실제 전달된 것은 3건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건의 구조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김 여사는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것이 재산상 이익이라는 이유로 기소됐지만, 오 시장의 사건은 제3자인 사업가 김 씨가 비용을 대납했다. 만약 재판 과정에서 오 시장이 김 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김 여사 사건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 측은 “수사 초기부터 명 씨와 친분이 있다고 여긴 김 씨가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했을 뿐 대납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김 씨 역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씨는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로 공범 기소된 상태다.
오 시장 사건의 증거조사는 오는 3월부터 본격화한다. 법원은 3월 4일 첫 공판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였던 강혜경 씨를 증인으로 신문하고 3월 18일과 20일에는 명 씨를 증인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가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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