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조용히 분노 표출…분위기 ‘싸늘’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날 선 질의가 회의장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산림청 업무보고 도중 제기된 ‘야간 산불 진화 헬기’ 운용 문제가 계기가 됐다. 산불이 야간에 더 확산 위험이 크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됐음에도 고가의 헬기들이 밤에는 사실상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자, 대통령의 불만이 표출됐다. 이 대통령은 헬기 도입의 실효성을 직접적으로 따지며 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이날 김인호 산림청장은 야간 운용이 가능한 헬기 현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현재 야간 투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김 청장의 보고에 “야간 진화가 불가능하면 헬기를 왜 사느냐”라고 반문하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산림청이 이미 야간 비행이 가능한 헬기 3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훈련 부족’과 ‘위험성’을 이유로 운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2대를 추가 도입해 총 5대를 운용하겠다고 보고한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존 장비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구매를 요청하는 산림청의 안일한 행정을 짚었다. 그는 “야간 투입 가능한 헬기를 사놓고 안 썼다는 얘기가 아니냐”라며 “지금 처음 알았는데 잘 준비해서 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국무회의 이후 여론도 즉각 반응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온라인에서는 “야간 비행이 가능한 헬기를 사놓고 위험하다고 쓰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비판과 “훈련도 안 된 상태에서 추가 도입부터 하는 것은 행정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면 야간 산불 진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성급한 투입은 더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에 산림청은 야간 투시경과 첨단 계기 장비를 갖췄더라도 이를 운용할 숙련된 조종사가 없으면 실전 투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림청의 설명에 따르면 야간 산불 진화는 주간과 달리 고도의 숙련과 엄격한 조건이 요구된다. 가시거리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강풍이나 연기로 시야가 가려질 경우 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산악 지형과 고압선 등 장애물이 많은 산불 현장은 야간 비행 시에 대형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에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산림청이 미국 에릭슨사로부터 대당 200억 원이 넘는 S-64 초대형 헬기를 도입했지만, 야간 비행이 가능한 조종사가 확보되지 않아 실질적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헬기 제조사가 경영난으로 조종사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야간 비행 훈련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림청은 향후 대책으로 야간 헬기 조종사 양성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같은 문제가 지목된 당시 산림청 산불방지과 김남용 사무관은 “야간 헬기 조종사를 2026년 1월까지 교육해 같은 해 2월부터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질책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장비 도입과 운용 계획이 따로 노는 구조적 문제를 짚은 것으로 해석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장비가 실제 재난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약속된 인력 양성과 운용 체계가 계획대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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